사월엔 영화/2017

캐롤, Carol(2015)

사월엔 2017. 4. 11. 11:48

 

캐롤, Carol (2015)

 

영화 캐롤은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The Price of Salt"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총 22편의 소설을 남긴 하이스미스는 심리 스릴러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히치콕 감독의 51년작, <Strangers on a Train,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라는 영화는 바로 하이스미스의 등단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또 다른 그녀의 유명한 캐릭터, 톰 리플리 시리즈는 알랭 드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60)>로 만들어졌고,

이후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99)>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Patricia Highsmith (1921~95)

 

영화 캐롤의 원작 "The Price of Salt"는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27세의 하이스미스는 실제로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장난감 코너에서 근무 했습니다.

당시 약혼자가 있었지만 레즈비언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에 다녔고, 

정신과 치료비를 내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밍크 코트를 입은 우아한 금발의 여성이 하이스미스에게 다가와 장난감을 보내달라고 하고 주소를 남기고 떠났고,

그들은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캐롤과 테레즈의 설정과 거의 흡사하죠?

바로 하이스미스 자신이 테레즈였던 거죠.

캐롤은 영화에서 이혼을 겪으며 남편에게 자신의 동성연인과의 도청기록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하는데요,

이 또한 실제 하이스미스의 연인이었던 Mrs. Senn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52년 당시 "The Price of Salt"는 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되었는데, 백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당시의 퀴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각주:1]

하이스미스의 동의를 받고 그녀의 사후, 작가의 본명으로 재출판되었고 토드 해인즈 감독으로 2015년 영화화 된 것이 바로 오늘의 작품인것이지요.

 

Todd Haynes & Cate Blanchett

 

주연 케이트 블란쳇은 해인즈 감독의 이전 작품인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2007)>에서 속된말로 미친연기를 보여주었는데요,

캐롤에서는 다시 한 번 속된 말로 미친 매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우수주연상을 받은 루니 마라도 그 존재감을 아주 크게 어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연을 계기로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된 두 여인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시대적 배경과 현실적 장벽에 부딫히는 내용으로,

퀴어물로는 참 드물게 '비교적' 해피엔딩을 장식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번에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Moonlight 또한 어떤 의미로는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원작 소설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해피엔딩 퀴어 소설은 전례가 없었다고 합니다. 

50년대 출판되는 레즈비언 소설에 대부분은 주인공들이 자살하거나 이성애에 눈을 뜨며 끝이 나곤 했기 때문이었죠. [각주:2]

 

또 한편으로 캐롤은 등장하는 두 명의 아름답고 당당한 여성이 성정체성에 굴복하지 않고 행복을 쫒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퀴어영화에서 보여지는 정체성 부정과 방황의 씬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원작을 각색한 각본가 필리스 내지는 인터뷰에서 캐롤과 테레즈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모습을 암시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하이스미스와 친분이 있었던 내지는 20여년간 캐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하는데요,

하이스미스의 경험담을 반영한 만큼, 젊은 시절의 하이스미스를 상상하여 테레즈를 그려냈다고 합니다.

 

영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배우들의 연기, 의상, 음악까지 '우아'합니다.

고상한척 우아함이 아니라 어디 하나 군더더기 없는 유려함이라고 하는것이 맞을까요?

 

캐롤과 테레즈가 처음 점심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블란쳇의 눈빛이나 중저음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테레즈 벨리벳..'하고 캐롤이 그녀의 풀네임을 처음으로 부르는 장면.

이 표현은 별로 쓰고 싶지 않았지만 걸크러쉬를 넘어 걸스매쉬, 걸슬러터까지 가능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케이트 블란쳇일 것입니다.

 

또 하나 눈호강할 수 있는건 아름다운 40/50년대 의상과 소품, 헤어스타일 입니다.

자유분방하고 약간 제멋대로인 캐롤을 상징하는 코럴, 레드, 그리고 핑크와

전반적으로 브라운 톤에 가끔 섞이는 러프한 원색의 포인트는 묵묵하지만 폭풍을 품고 있는 어린 테레즈를 잘 나타냅니다. 

 

사진출처 - bfi.org.uk <Stunning costume designs for Cate Blanchett and Rooney Mara in Carol>

 

아울러 초반 수동적인 테레즈를 표현하는 의상/메이크업에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테레즈로 변모하는 의상과 메이크업도 눈에 띕니다

 

 

마지막으로 음악도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닝에서는 무미건조한 도시음의 배경처럼 들리던 메인 테마 음악이

엔딩에서 두 주인공이 교환하던 눈빛으로 새 생명의 고동처럼 들려와 전율을 줍니다.

 

 

 

 

 

※이미지 출처 - Rotten Tomato/ IMDb 이외 개별 표기

  1. Ultimately, The Price of Salt was a hit—the 1953 paperback edition sold more than 1 million copies. Lesbians from all over the country sent hundreds of fan letters to “Claire Morgan.” [본문으로]
  2. Most lesbian stories published during the 1950s were pulp paperbacks that conformed to the moral code of the era by sentencing their characters to suicide or heterosexual conversion in the final chapter. Slate 인터뷰 - The Writer—and Friend of Patricia Highsmith’s—Who Worked Almost 20 Years to Make Caro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