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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사월엔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 서경식> 본문
저자 서경식
1951년생, 교토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 문학부 졸업, 도쿄 게이자이 대학 현대법학부 교수
밑줄
사견
1.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저자는 재일조선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비추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그가 말하는 재일조선인의 현 상태는 암담하다. 저자는 평생 일본과 조선의 중간에 존재하고 있는데, 그가 판단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렇다.
나는 재일조선인들 다수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일본 사회에서 행복하지 못한 것은 그 자신이 나쁘거나 노력이 부족하고 남을 원망하기 때문이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라는 언설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 이런 상황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존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세대의 재일조선인 선배, 동료들 가운데 열의와 재능을 지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알코올중독이나 정신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살한 사람 또한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까지 되진 않더라도 지극히 허무하고 찰나적인 삶에 매몰돼 있습니다.
일본에 식민지배를 당했고, 지금까지 1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배한 쪽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도 하지 않는다, 나라가 분단당하고 가족도 분단당했다, 분단당한 국가 체제하에서 전쟁까지 일어날지도 모른다, 게다가 식민지배를 한 이들의 사회에서 우리는 태어나 자랐다, 그 나라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대다수 머조리티는 이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행복할 수 있습니까. 나는 행복하지 못한 쪽이 정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과 이야기를 나누면 이런 대화가 오고가기 쉬운데 재일조선인인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를 비판할 경우에도 재일조선인 등 마이너리티를 앞세우며, 식민지배 사실을 알려주면 “가르쳐주지 않았다”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를 40년, 50년이나 계속 이어온 사회입니다. 희망을 가지라고들 하지만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 큰 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몰랐다” “미안하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몰랐다는 게 왜 나쁘냐는 반응입니다. 심지어 역사수정주의 입장에서 놀랄 정도로 세세한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정보원은 이른바 혐한嫌韓 관련 서적과 인터넷입니다. 이런 시대가 돼버렸구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저자는 일본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민족주의 현상에 대해 장기적·중기적·단기적이라는 세 개의 시야로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장기적인 건 메이지유신 이후의 근대, 중기적인 건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단기적인 건 지난 25년 정도의 기간입니다.
... 이 시기는 이른바 *'55년체제'가 무너진 뒤지요. 일본교원노조라는, 사회당을 떠받치고 있던 노동조합이 이때를 전후해 붕괴 내지 약화돼 갑니다.
*1955년, 자민당이 결성된 후 여당인 자민당과 야당인 사회당의 양당 구조가 구축된 체제. 1993년 이후 자민당이 일시적으로 정권을 잃었고, 호소카와 정권을 거쳐 자민당·사회당·사키가케 연립 정권이 성립됐으나 사회당·사키가케 세력이 쇠퇴하면서 이 체제가 붕괴한다.
1960년 안보투쟁 이후 일본의 보수파는 국철노조 해체 등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교직원의 대우를 높여주는 정책을 폈습니다. 교원의 급료를 올려 특권적인 직업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것이 주효해서 조합의 조직률은 내려갔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의 생활이 나아지기만을 바라면서도 윤리 의식이 이해타산보다는 앞서는, 그런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1990년대가 되자 일본교원노조는 학교 현장의 히노마루 게양·기미가요 제창에 대해 이전과 같은 반대운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의 배우자는 20년간 학교 졸업식 때 기립을 거부해왔는데, 기립하라는 지시가 조합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런 시대의 맥락 속에서 일본은 패전 이후 숨기고 있던 본성을 드러냈고 지난 30여년간 차근차근 밟아 온 수순처럼 이른바 혐한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사실 나는 일본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을 보며 일본과 한국의 간극에 충격을 적잖게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어를 공부하며 내가 알고 있던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은 언제나 일본을 더 일본답게 만드는 그런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이 위화감은 일본을 반지성주의의 광기에 휩싸인 제국주의의 그 모습을 부각시킨다. 예를 들어 도쿄대학교 의학부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감점을 준 사실이 발각되자 일본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일본인이 분노하는 점은 나와 너무도 달랐다. 여성에 대한 차별, 기회의 박탈에 대해, 그리고 사회 전반의 여성 혐오와 멸시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여성 지원자에게 감점을 줄 것이라면 응시료를 더 저렴하게 책정했어야 했다'는 부분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안고 있는 사회인데 지원자가 냈을 응시료에 대한 경제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이 너무나 암담하고 막막했다.
또한 지난 여름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이 전시된다고 하자, 정부에서는 보조금을 끊겠다고 발표했고 넷우익을 제외한 많은 일반 시민들은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나는 이 논조에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처럼 띵, 하고 울렸다. 이 논조는 소녀상이라는 일본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폭로는 삭제하고 일반 시민의 공익에 반하는 표현의 자유만을 부각시킨다. 이런 일이 일본에서 하루 이틀 있었게 아닌 모양인지 책에도 너무 비슷한 예시가 나온다.
1991년에는 천황의 전쟁 책임을 얘기했던 나가사키시의 모토시마 히토시本島等(1922~2014) (당시) 시장이 우익의 총격을 받은 사건이 벌여졌습니다. ... 그런데 일본 매스컴은 그 사건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했습니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공허해 보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총을 맞은 것이 아니라, ‘천황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는 주체적인 확신’이 총을 맞은 것입니다.
위안부’ 문제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일본 지식인들이 이것은 민족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라는 건 당연한 얘깁니다. 그러나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일본 정부와 국민의 민족적 책임, 식민주의 책임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민족이냐 여성이냐라는 식의 이항 대립으로 문제를 설정하지 마라, 이건 그런 요소들이 겹쳐 있는 문제다, 라고 나와 소수의 조선인들이 주장해왔습니다만, 이런 주장은 좀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족 문제를 억누르고 여성 문제로 부각시켜 주장하는 것이 일본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받아들여지기 쉽게 하기 위해 원칙, 본질을 바꾸겠습니까?
이런 저자의 논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여성 인권 문제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국제사회로 어프로치가 쉽겠지만 이는 여성 인권 문제에서 그칠 수 없기도 하다.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식민지주의, 제국주의는 어떻게든 성별의 문제로 귀결된다. 식민지화되는 여성의 몸, 피식민지인의 여성화, 제국주의 남성성의 극대화를 위해 동원되는 전시 성범죄. 이것은 비단 일본과 한국의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발현으로 극대화되는 전쟁과 식민지화 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전쟁은 왜 항상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그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재일조선인에게 출입구는 한정돼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본 사회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그 일본 사회에서 재일조선인은 권리를 억압당한 채 일상적인 차별에 노출돼 있습니다. 한국 국적자로 한정하긴 했지만 재일조선인에게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해외 동포) 투표권을 인정해준 것은 반걸음의 전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일조선인은 현대 세계에서 드물 정도로 정치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지난 70여 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정치적 주체성이나 정치 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한국이라는 국가가 재일조선인을 국민화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시대는 어둡고, 그것이 우리 자신의 책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둠을 응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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